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3-02-23 1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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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59편 - 사과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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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일본계 미국인에게 사과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123/0002297764






 분명하게 말하자면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들 중에서, 일본 제국(피해자??)이 아닌, 자국 내에서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사과입니다.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사과니까 일본에 대한 사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전혀 다릅니다. 본질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민'인 일본계 '미국인'에게 사과하는 것입니다. 사과의 이유는 바로 행정명령 9066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주만 기습을 알아야 합니다.




 1941년 일본은 정당한 선전포고도 없이 미국의 주력 함대가 주둔하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여 궤멸시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미국의 여론은 아주 격정적이었는데, 당시 미국은 제국주의적으로 지나치게 팽창하고 학살을 자행하던 일본 제국과 매우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이미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만주국을 세운 뒤, 중일전쟁을 벌여 중국을 침략하고 있었는데 미국은 이러한 심각한 침략 전쟁에 대해서 계속해서 경고했고, 외교적 혹은 경제적으로 여러 수단을 동원하여 압박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군부가 집권을 하였기에 침략 전쟁을 통해 팽창을 해야 정권이 유지되었고, 미국은 더 이상의 침략 전쟁에 강력하게 반대하였기에 결국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 즉 전쟁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일본은 감히 정정당당하지도 않게, 선전포고 전에 진주만에 기습을 때려버리고 약 3천명의 미국인이 전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ioPNG3HpLs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9381

앞선 전쟁사 이야기에서 자주 말했듯이, 이 진주만 공습이 성공하면서 미 태평양 함대 주력은 아주 개박살이 나버립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일본 제국의 멸망으로 시작하는 길이었습니다.








 이러한 비겁한 잽스(당시 일본계, 일본인에 대한 미국의 혐오 표현)의 행동에 대해서 미국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일본 제국의 강력한 해군력에 겁을 먹고 협상을 하자고 했을까요?




 아닙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를 비롯한 정치인들, 그리고 미국 국민들은 강력하게 분노하였습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독립 전쟁 이후 본토가 침략당한 적이 없습니다. 비록 진주만은 미국 아메리카 대륙 본토는 아니었으나 미국의 영토였으며, 이러한 기습 공격은 패배감과 공포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굴욕감,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미국인들의 분노를 가져왔습니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미국 청년들이 일본 제국을 박살내기 위해 입대하였고, 루즈벨트 대통령 또한 매우 격앙되어 대일 선전포고를 합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일본에 대한 미국의 서슬퍼런 복수심이 드러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bAmPFl10is&ab_channel=%ED%98%B8%EC%88%98%EA%B1%B0%EC%9C%84

미국은 실제로 이 일이 일어난 이후, 지구상에서 일본이라는 국가와 영토를 아예 삭제해버리려고 했습니다.







 당시 태평양에 맞닿은 캘리포니아, 미국의 서부 해안가, 태평양 전역에 걸친 미국의 영토에는 동양인이 꽤나 있었습니다. 소수의 한국계도 있었고, 중국계, 일본계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일본계였습니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부터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고, 비록 부모님이 일본인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언제든지 일본과 내통하여 사보타주, 반란, 기밀 유출 등의 심각한 적대적 행위를 할 것이리라 예상되어 일반 미국 시민들로부터는 물론 정부 기관으로부터 강한 멸시와 감시, 조치들이 행해졌습니다.









 진주만 기습과 더불어, 매우 충격적인 일이 하나 더 벌어집니다. 당시 진주만 기습에 참여한 일본군 파일럿이 미국 영토로 불시착하였는데, 하와이의 니하우섬에서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해당 사건을 니하우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 니하우 사건은 안그래도 진주만 기습으로 일본인, 일본계에 대한 강력한 복수심을 가졌던 미국인에게 한번 더 가슴에 폭탄을 터뜨리는 계기가 됩니다. 




 진주만 기습 중 일본 항공모함으로 복귀하지 못한 일본군 파일럿이 하와이의 니하우 섬에 불시착하였습니다. 거기에는 일본계 미국인 소수와 원주민들이 살던 작은 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이미 살던 일본인들은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에 당연히 미국인의 정체성으로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살던 세 명의 일본인이 불시착한 일본군 파일럿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난동을 피우다가 결국 제압당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일본의 이익을 위해 싸운 이들의 행태는, 미국으로 하여금 자국에 살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들의 사상을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8635&cid=59016&categoryId=59023








 이 사건을 계기로 결국 행정명령 9066호가 실행됩니다. 비단 일본계 뿐만 아니라 독일계, 이탈리아계 등 당시 추축국 출신의 미국인들이 대상이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조치였습니다. 이 명령으로 일본계 미국인들은 위험분자로 인식되어, 약 10만명이 넘는 일본계 미국인이 강제 수용소에 격리가 되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들은 이후 명예와 재산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렸습니다.




 이 조치로 인하여 일본계 미국인은 자연스럽게 명예는 물론 재산도 챙기지 못하여 대부분 빈민으로 전락하여 다시 살아가야 했습니다. 당시 이들의 억울함은 테드의 George Takei 씨 강연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 나는 한때 나를 버렸던 나라를 사랑하는가"







https://www.ted.com/talks/george_takei_why_i_love_a_country_that_once_betrayed_me?language=ko&subtitle=ko








 제가 재미있는 질문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미국이 1945년 일본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을 투하하여, 합해서 약 25만명의 사망자를 낸 결정에 대해서 사과를 할까요? 일본은 당연하게도 시간이 지나서 사과를 요구했는데, 미국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정답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입니다. 당장 겉으로 보면 충분히 사과를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25만명에는 민간인도 상당수 포함되었고, 나중에 해당 사건에 대해서 다룬 <멘발의 겐>에서 보면, 사람들이 고열에 의해서 몸이 녹아버리고 방사능의 영향으로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위력적인 핵병기를 인류 최초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격론이 있었습니다.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 과학자들도 사용에 대해서 찬반이 나뉘었고, 당시 대통령이던 핸리 트루먼도 깊은 고심을 했었습니다. 또한 연합군은 포츠담 선언을 통해, 이미 연합군 쪽으로 심각하게 기운 전쟁을 적당히 매듭지으고자 협상, 즉 항복 권유로 온건하게 결말을 짓고자 노력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은 주력 병력이 모두 분쇄된 상태에서, 빠르게 항복해서 자국민을 보호한다기 보다는 거꾸로 자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어서 끝까지 저항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무조건 항복 권유에 대해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다가 핵을 맞게 됩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까지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만, 당연히 이런 무시무시한 병기를 사용하는 측에서도 생각 없이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일본은 핵폭탄을 쳐맞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주만 기습 때문이죠.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이든, 일본 민간인이든 핵폭탄 투하에 대해서 절대 사과하지 않습니다. 친일 색깔이 강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 방문하여 사과를 할까 고려한 적도 있지만, 당연히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일본계 미국인에게 심각한 인종차별과 비민주주의적 조치를 취했던 행정명령 9066호를 두고두고 후회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꾸준히 사과를 해 왔습니다.




 꾸준한 사과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는 재확인과 약속입니다. 당시 이 행정명령으로 단지 일본 출신인 가족을 두었던 미국인들은 충분한 근거와 조사 없이 강제 수용소에 끌려갔으며 재산을 대부분 잃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시의 조치가 적법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써 사과를 하는 것입니다.








 그럼 아까 말한 핵폭탄 투하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쉽게 말하자면 "앞으로 그딴 짓을 다시 한번 더 했다가는 얼마든지 핵을 쳐박아주겠다"는 의지입니다. 미국은 진주만 기습에 대해 강한 분노를 가졌었고, 일본에게 응당한 보복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그 행동에 후회나 논리적 결함이 없다는 표현입니다.




 이처럼 사과를 한다는 것은 그 이면에 맥락과 논리,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다짐이 있습니다. 미국은 행정명령 9066호로 일본계 자국민을 차별한 것을 흑역사로 생각하며,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헌법을 바탕으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든지 그런 조치를 마땅히 취하겠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국내 이슈를 한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전 이러한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의 사과"에 대해서 떠오르더군요. 다들 잘 알다시피 일본은 한국인 남녀를 끌고가서 노동 착취, 성 착취 등의 만행을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137449








 이에 대해서 일본은 "과거에 이미 사과를 하지 않았느냐", "이미 충분한 배상이 완료되었다"고 되레 한국에게 역정을 내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과거에 사과를 했는데 지금 와서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 아니었다고 부정하는 것이 사과라고 볼 수 있을까요? 과거에 사과를 했다고 더 이상 사과를 안하겠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과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은 행정명령 9066호에 대한 지속적인 사과를 이어가고 있으며, 과거에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언급하며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앞으로는 그런 후회되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이와 반대로 일본은 최근에 들어와서는 위안부 문제는 없었다,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다 끝난 문제라고 하며 더 이상의 사과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과거 정말 사과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일본은 과거의 자신의 만행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일본은 언제든지 이후에도 그런 일을 다른 나라에 벌일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미국이 핵투하를 사과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역사에는 연속성이 있으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일관된 논리로 과거 우리 조상에게 행한 일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는 것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과거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을 보여줍니다.




 만약 우리가 단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확실한 사과와 배상을 받지 않는다면, 그러한 무지함에 대한 대가는 곧장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국가가 되었던지 과거 우리에게 했던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지 않는 것은, 이후에도 그런 잘못된 행동을 문제의식 없이 행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반대로 현대의 독일은 과거 나치에 대해서 철저히 인연을 끊기 위해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논리와 태도로 교육과 정치에서 노력 중입니다. 독일의 사과를 찾아보면 결코 과거 딱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으며, 지금까지 동일한 논리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약속하기에 당시 독일에게 큰 피해를 입었던 주변국들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현재는 EU의 실질적인 수장국가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알아낸 바로는, 이처럼 사과라는 것에는 논리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였고 사과했다면, 앞으로 그런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문제의식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다시 그런 잘못된 행동을 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오릅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무지하게 행동한다면, 그 대가는 우리가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글을 읽고 공감하시는 여러분은 무지함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지함으로 인한 처절한 대가도 치르지 않길 바랍니다. 






 이 글은 네이버 파워 지식인 '카리르카' 님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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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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