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디딱딱슨 [1363067] · MS 2024 · 쪽지

2025-01-07 19: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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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불끈이라고 하길래 생각난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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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오탁번

1

왼쪽 머리가

씀벅씀벅 쏙독새 울음을 울고

두통은 파도보다 높았다

나뭇가지 휘도록 눈이 내린 세모에

쉰아홉 고개를 넘다가 나는 넘어졌다

 

하루에 링거 주사 세 대씩 맞고

설날 아침엔 병실에서 떡국을 먹었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가

첩자처럼 병실을 드나들었다

 

수술받다가 내가 죽으면

눈물 흘리는 사람 참 많을까

나를 미워하던 사람도

비로소 저를 미워할까

나는 새벽마다 눈물지었다


2

두통이 가신 어느 날

예쁜 간호사가 링거 주사 갈아주면서

따뜻한 손으로 내 팔뚝을 만지자

바지 속에서 문득 일어서는 뿌리!

나는 남몰래 슬프고 황홀했다

 

다시 태어난 남자가 된 듯

면도를 말끔히 하고

환자복 바지를 새로 달라고 했다

― 바다 하나 주세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엉뚱했다

― 바다 하나요

바지바지 말해도 바다바다가 되었다

 

언어 기능을 맡은 왼쪽 뇌신경에

순식간에 오류가 일어나서

환자복 바지가

푸른 바다로 변해 버렸다

아아 나는 파도에 휩쓸리는

갸울은 목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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