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수험정신 -실패한 은메달, 휘태거 선수
[이성권] 후반기 수험생활, '삶의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인가?
<내용>
1. 복싱 은메달리스트 휘태거 선수
2. EBS ‘광장’ 이명준의 죽음
3. 후반기 공부에서 '삶의 올림직 정신' - EBS 이성부 ‘산길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아니라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휘태거라는 영국 복싱 선수가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호주머니에 숨기고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는 언행 때문에
금메달보다 더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라이트 헤비급 세계 2위에 등극하여 은메달리스트가 된 이 위대한(?) 선수는
왜 스스로 실패자가 되었을까?
이제 2022학년도 수능 시험 후반기에 들어서는 이 즈음에
금메달보다 소중한 우리 ‘삶의 올림픽 정신’에 대해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휘태거 선수가 쉬지 않고 털어놓은 말들을 통해 그의 내면 속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메달을 딴 것이 아니어서 몹시 실망했고 실패자가 된 느낌이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인데, 오늘 같은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이러한 휘태거 선수의 말을 들으면서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미지 2개가 떠올랐습니다.
1)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수험생들 역시 ‘올해 수능에서 이미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자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까지 이런 점수라면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N수했으면 ‘이 정도로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수능 치를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에 듣게 되는 고민 내용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상담 과정을 통해 볼 때 보통 2개 과목 정도에서 조금씩 상승하고 있고,
학습심리 검사지에서도 ‘자신감’이나 ‘복습 정리’ ‘오답분석’ 과 같은 영역에서도
분명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기대치가 높거나 ‘작은 변화’에 주목하지 못하는 경우에 ‘나는 변화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에는 미처 생각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대부분 학생들이 실패의 예감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생각보다
‘내게 잘 해내고 싶은 욕구가 훨씬 크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후반기부터가 학습 멘탈면에서 나 자신의 긍정적인 작은 변화의 모습에 더 주목해줘야 할 때입니다.
2)
그리고 이번 EBS 수특에 수록된 최인훈의 소설 ’광장‘ 제시문의 한 구절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람이 이루어 놓은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이루어야 할 것에만 눈을 돌리면,
그 자리에서 그는 삶의 힘을 잃는다.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은혜의 죽음을 당했을 때, 이명준 배에서는 마지막 돛대가 부러진 셈이다....”
주인공 이명준은 북쪽의 좌익의 세계와 경직된 상황을 경험했듯이 남쪽의 자본주의와 부패한 모습도 목격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사랑했던 은혜마저 잃은 상실감으로 중립국을 선택하고 가는 도중에 바다로 몸을 던지게 됩니다.
내가 ‘이루어 놓은 것’과 ‘이루어야 할 것’에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어느 누구에게나 대단히 어려운 삶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삶이 파괴되지 않게 하려면 시기에 따라 ‘이루어 놓은 것’에
더 눈길을 돌려야 할 때가 있고,
어떤 때에는 ‘이루어야 할 것’을
더 강조해야 할 때가 있어서 양자의 의식 사이를 조절해 나가야 합니다.
3)
휘태거라는 복싱 선수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결과’에 모든 의미를 걸었던 선수인 것 같습니다.
물론 ‘결과’는 팩트이고, 결과에 따라 그간의 모든 노력의 과정이 평가되는 것이
현실의 논리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위로하며 애써 달래는 것보다도 아예 좋은 결과를 맛보는 것이 가장 시원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삶의 매순간이 승리하고 좋은 결과를 내놓는 경험으로 채워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8월 이후의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다급해지고
‘빨리 더 해야 하고 이루어야 할 것’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습니다.
이때 부정적인 감정,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때에는 ‘이루어야 할 것’에 너무 짓눌리지 말고
역으로 ‘이것은 내 안에 조금이라도 잘 해내고 싶은 욕구가 있구나’하고 알아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후반기로 가면서 ‘이제까지 내가 해 놓은 게 없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수록
2월부터 그래도 내가 공부한 내용들을 뒤적거려 확인해보는 짧은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휘갈겨 놓은 영어 단어장이나 수학 풀이 노트,
개념 정리와 같은 공부의 흔적을 확인하면서
‘내가 뭔가 시도하고 접근하려고 했구나’, 그리고 성적면에서도 백분율이나 등급에서 다소나마 변화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4)
사실 ‘고정된 나’가 있다는 이른바 나의 정체성은 ‘관념’이고 ‘허구’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몸이나 뇌에서 끊임없이 물리 화학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어제의 ‘나’가 그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변화가 없다고 스스로 규정할 때 내 자신이 정말 그대로
고정된 존재가 되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결과’와 ‘성과’, 그리고 타인의 평가에 더 신경쓰일 수밖에 없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스스로에게 확인받고 힘을 얻어가야 하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휘태거 선수나 소설 속의 이명준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삶의 실패자라는 의식으로 괴로워했습니다.
이 인물들이 느꼈던 뜨거운 패배감은 어떻게 보면
그처럼 강렬한 의욕과 노력을 강렬하게 퍼부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처절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바로 우리 내면의 자화상이기에
단순히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휘태거와 이명준의 삶의 길을 뛰어넘고
현실 속에서 내 삶을 거듭 되살리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훗날 뒤돌아볼 때에도
‘그때 나는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뜨겁고 아름다웠던 내 모습이 있었다’고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
끝으로 이번 EBS 수특에 수록된 이성부의 ‘산길에서’란 시의 후반부 구절을 소개하면서 칼럼을 마칩니다. ∼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을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 이성부, 「산길에서」
2021. 8.8 이성권 - 후반기 수혐생활에서 ‘삶의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인가? 칼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번 지역인재 추합 90번대도 합격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대성공 정책이다. 왜...
-
아카라카나 입실렌티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두!
-
현재 주말 토일 음식점 오후 마감 뛰는데 알바천국으로 평일 음식점 하나 더 들어와서...
-
성대 수시 질문 2
성대 자전 탐구형 1차 붙어서 면접 안갔는데오늘 이월보니까 2명 이월됐노설마 면접...
-
출연목록 너무 맛이 없네
-
맞음?
-
토플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입니까요
-
다녔던 학교 가기는 싫은데 교육청에가서 접수하면 끝나는거 맞을까요? 여기서 끝나는줄...
-
이거보니까 새삼 6
이대는 개적폐 가성비 ㅈ대는 대학이라는게 실감되네 수준이 떨어져도 사회의 배려란...
-
어차피 서울대 대학원 쓰려면 텝스 봐야하는데
-
지방 일반고는 생기부 평균 정도고 8학군 1.3-1.4에 생기부 잘 써준다 하면...
-
모니터와 10m 떨어진채로 컴을 하겟습니다.
-
간호대가서 이민 루트 타야하나…. 한국 좋은데
-
으흐흐흐 전 10모 센츄에요 들어와
-
하와와 그것은 와타시인거시애요 990 딱 대
-
231122보고 다시 깨달음
-
힘들까요ㅠㅠㅠ?? 자꾸 컷 내려가는데ㅠ
-
ㅈㄱㄴ
-
ㄹㅇ로
-
11번부터 15번까지 찍은 5문제 중 3문제를 맞췄다. 찍어서 12점이나 얻었으니...
-
조정식 믿어봐 듣는중인데 효능감 잘 안느껴져서 드랍하고 김지영 T 한번 들어보려구요...
-
그거 어캐해야 달더라
-
외대 특수외국어 (중동지역) 경희대 프랑스어학과 (국제캠) 둘중 어디쓸지 고민입니다...
-
쓸글이없어요
-
20일에 변표 나오기 전까진 모른다 25일 크리스마스 이후가 진짜다 28일 몇몇...
-
아흣 6
하앙
-
소신발언 7
순애 볼 꺼면 망가 왜 봄
-
N.T. 2
Number Theory의 줄임말
-
두ㄱ 라이브반 0
라이브반 신청했어도 앱에서 출결 뜨지않나요??
-
주식만 성공하면 0
의대 때리치고 설대 다시 들어갈 생각해야겠다
-
진짜 키스가 좋음? 16
침섞이는게 더러운데
-
자크 몰캉몰캉한 슬라임 몸매에 바로 흐흐흐흐
-
뭐 그 전 모의고사 언급해봤자 수미잡이지만 6평 2 7모 2 9모 3 10모 3...
-
너무 롤진남 같아. 나 이번시즌 70판 바께 안햇는데..
-
대학 다 다니다가 재수하는거라 하나도 모르겠다 이정도로 쉬었으면 수학 개념부터 다 다시하나 보통
-
예비 안돌리고 이월시키는게 나쁜건 아니자나 어디갈지 고민좀 할수도 있지 개인별로...
-
무엇이든 들얻 립니다
-
아니 ㅅㅂ 등수가 계속 밀려
-
2위. 파이크그냥 개 못하는데 재미로 함1위. 노틸러스라인 잘못 걸린 애들이 함....
-
스나 써볼만함? 개인적으로 벅차보여서
-
1:2는 좀 심했잖아 나쁜 사람들..
-
취업면에서 고려했을때 어디넣는게 좋을까요 그리고 자과가서 전전 복전이 많이 현실성없는 소리인가요??
-
국어 평소 3등급정도 나오는데 이원준과 김동욱중 누가 나을까요?그리고 2월말에...
-
[고려대학교 25학번 합격] 합격자를 위한 고려대 25 단톡방을 소개합니다. 0
고려대 25학번 합격자를 위한 고려대 클루x노크 오픈채팅방을 소개합니다. 24학번...
-
수학 무료 과외 4
원점수 24학년도 수능 84 25학년도 6월/9월/수능 100/97/96 ( 인증...
-
롤 메타 ㄷㄷ 0
레전드 사건
-
3렙으로 장막 생기기 전까지는 개쳐맞는데 궁 찍으면 바로 역전임 ㄹㅇ 개재밋음
-
릴리아, 피들스틱, 비에고, 그레이브즈.모 릴리아가 주챔인 오르비언 분께는 죄송합니다.,
-
혜지캐를 제일 좋아함 이건 뭐임
정말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광장 구절.. 공감 많이 가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반수생에게 특히 와닿을 듯 한 글이네요. 너무 잘 읽었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