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에 썼던 글
나는 지금 얼마나 성장했나
20200801
한 시 조금 넘어서 잠이 들었다.
처음 아팠을 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아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늠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지났고 몸과 머리가 커졌다. 여전히 나는 아픈 사람이었다. 삶의 어떤 순간에도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을 때 다가오는 묵직한 마음이 있었다. 그 때 어렴풋이 아픈 것이 어떤 의미인가 생각했다.
그럼에도 매몰되지 않고 살았다고 회상한다. 내가 붙든 것들은 나의 질환과 상관없이 온전했다. 성취도 사람도 그러하다. 빛나는 사람들. 어떤 절망 앞에서도 밥은 따뜻하게 먹길 바라주었던 가족들. 마음을 썼던 흔적들. 입에서 독을 내뱉어서라도 지키는 게 기꺼웠던 사람들. 스무 살의 앞과 뒤는 이런 기억들과 맞닿아있었고 나는 길거리를 성큼성큼 쏘다니던 인간이었다.
스물다섯의 나는 어떠한가. 시는 온몸으로 쓰는 거라던 시인마냥 서슬 퍼런 인간이 못 되어 내 몸은 쉽사리 짓무른다. 분노는 이제 동력이 되지 못하고 시시한 복통만 유발할 뿐이다. 한 발짝 정도 물러나서 이야기하고 한 발짝 정도 뒤에서 화를 내는 사람. 관점에 따라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무뎌진 만큼 편해지진 않았다.
드라마 <SKY캐슬>의 혜나를 사람들이 욕할 때도 나는 미지근하게 마음이 쓰라렸다. 그것 말고는 별 다른 수가 없다면 혜나는 징그럽기보단 꿋꿋한 아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 아니면 도인 상황에서 버텨내기 위해서는 말랑한 마음을 제 손으로 일그러뜨리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고 누나는 혜나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혜나가 드라마에서 꽤 이르게 죽었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한 혜나를 볼 수 없었다. 다만 드라마가 엉뚱하게 끝나고 나서 문득문득 생각은 했다. 혜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래야만 하던 상황들에 아직 사로잡혀 있을까. 용서할 수 있었을까. 그 지난한 상황들에서 놓여나고서는 미워할 시간을 가졌을까. 아니면 문득 치미는 화에 당황하며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을까.
어제는 애인과 사운드마인드에 갔다. 다시 만나기로 한 날 듣던 음악을 들었다. 조금만 더 있다 일어나자 말했을 무렵 두 사람이 들어왔다. 우리를 보며 수군대고, 사장님에게 술을 권하고 - 진상이란 말이 사람이 된다면 저렇겠다 생각이 들 즈음 일어났다. 계산하는 우리를 보며 킬킬대며 웃다 오빠 가잖아, 그렇게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 계속 어떻게 했어야 했나 생각했다. 스무 살의 나라면 테이블로 가서 상기된 얼굴로 잠깐 밖으로 나오라고 말했을 터이고, 더 어린 나는 눈물을 터뜨렸을 텐데 스물 다섯의 나는 계획이 없었다. 그냥 배만 조금 아프고 울적했다. 답이라도 알면, 아니 안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은 명료했을텐데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화를 버틸 수도 없고 아무렇지 않을 수도 없다면 무엇을 해야하는 거지? 혜나가 생각났다. 시퍼런 눈으로 사과를 씹었을까,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눈물을 떨궜을까. 아니면 태연한 척 지나갔을까. 사실 그것도 마땅한 답이 되진 않았다.
자정이 넘어 도착하고 애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누워서 행복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혼자 두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열일곱을 거쳐 스물을 거쳐 스물다섯까지. 헤매던 날들에도 그 말에는 기댈 수 있었다. 그런 말들이 붙잡아준 나를 생각했다. 그리고 부끄러워서 말은 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반정도 답을 내렸다. 어떤 사람이 되든 사람을 아끼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어떻게 행동하든 미움에 마음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서툴어도 그런 마음으로 가다보면 서른 다섯 쯤의 나는 좀 더 세련미 넘치는 인간이지 않을까 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행착오로 다져진 배짱 두둑하고 익살스러운 서른 다섯 인간. 어쩐지 사랑스러운 느긋한 인간. 사실 그런 나를 상상해보다 혼자 우스워져서 좀 웃기도 했다.
어떻게 나는 잘 잤다. 내일은 그 전부터 보고 싶던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늦잠도 잘 것이다.
0 XDK (+15,500)
-
15,000
-
500
-
6모 무섭네요 0
첫 평가원 시험인데 국어에서 훅 떨어질거같은...
-
국어 실모 난이도가 왜이러지? 상상, 이감 거를거없이 난이도 극상이네 ㄷㄷ 일단...
-
못생긴 사람들은 만날 사람이 없어서 밖에 없던 거였음 !
-
뭔가뭔가 그런 느낌이 잇음
-
강대x 0
어렵네
-
전에 과외 끝나고 쌤이랑 연락하다가 저는 자꾸 입시에 미련 있어서 한번 더 한다고...
-
심심해요 0
극 i도 가끔 사람이 ㅈㄴ땡길때가 있음요
-
문만러고 뭐고 다 때려치고 탈릅한 다음에 현생이나 살러.....
-
영어 작년수능 낮3 올해5모 중간3인 재수생인데 지금 국수가 발등에불이떨어져서...
-
어떤지 평가좀. 틀린거나 더 ㄱㅊ은 풀이 있으면 잡아주새요.
-
수학 기출 후 0
이미지 선생님 커리 탔고요 지금 미기분 완성편이 거의끝나가는데요, 모의고사형식으로...
-
올해 사람을 왕창 뽑는건가요?! 대치시대 안될줄 알았는데 합격했다고 해서,,...
-
스카 강평ㅋㅋ 0
스카에서 강민철 듣고있는 애들보면 다가가서 강평 ㅋㅋ 외치고싶네 걍 강기분 책...
-
초밥 먹고 0
경우의 수 다 끝내야지
-
수학잘하는법좀요 5
어떤문제든 막힘없이 풀고싶어요
-
이감 6모 등급 0
이감 6모 대비로 나온거 온오프 거의 다 풀었는데 77~83으로 80점 위아래...
-
투표 4
ㄱㄱ
-
슬프구나
-
올리는 강사님 이미지 정병훈 유대종 또있나요>?? 꾸준히 강의 집필 계획서 주단위로...
-
강대x 0
확통 저만 어려웠나요? 실모 풀 때 그래도 다맞는편인데 이번엔다 안풀리더라구요. ㅠㅠ
-
뭔가 학원 끝나고 해질녘에 들어오면 막 뿌듯하고 오늘도 열심히 산 거 같고 그러지...
-
ㄹㅇ
-
단과수업에서 문학 비중이 독서보다 많나요?
-
오늘 기분 ㅈ같았던 거 17
1. 킬캠 1회 80점 뜸ㅋㅋㅋ 2. 킬캠 1회에 13번 문제가 내 9평 대비...
-
진짜로 1
☆대한민국 공신 출산율 높이는 법☆ 출산율 댄스 챌린지 여성 1년 조기 테크 남성...
-
[속보]대통령실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 착수할 것” 1
대통령실이 북한의 최근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를 "정상 국가로서는...
-
6평 언제임 3
응시안해서 언제치는지ㅁㄹ
-
필수임??너무 걍 지 ㅈ대로 막공부하는데 영어 유기 2달차고
-
세상은 불공평해
-
연애하는법 2
을 오르비에서 찾으려고 하셨다면 위기입니다
-
1.treadmilll 2.industrious 3.imperial...
-
크로녹스 베이직 0
으로 노베가 독학 ㄱㄴ?
-
한페이지씩 보니까 확실히 시간도 오래걸리고 잘 안풀림 문제보고 다시 지문볼때 문제...
-
후회없이 사랑했노.
-
N티켓개어렵네 0
3점난이도맞냐?
-
설정을 SD로 바꿔도 설정창 끄면 적용이 안되고 다시 내장메모리로 바뀜 계속...
-
확률 같있순 0
누구는 확률에서 같있순 써도 된다하고 누구는 안 된다 하는데 누구 말이 맞음?
-
좀 늦게 시작하긴했지만 올오카 독서 거의 완강했습니다. 문학은 정석민 듣고 있고요....
-
현역입니다. 제가대항공대를 목표로하고 있어서 가산점 5퍼 때문에 과탐을 고집했는데...
-
경제 너무 재밌어서 수능도 이걸로 보고싶은데.. 선택자수 적은거야 뭐 이미 알고...
-
올해 수능까지 가능할지 궁금해요... 하기 나름인 거 아는데도 문득 불안하네요
-
두개가 젤 약한 파트임.. 이틀만에 뭐가 더 효율 잘나올까여 걍 기출 벅벅 하려는거긴함
-
시험공부할때 0
저는 전자
-
주말에 이정도면 나쁘지 않지 라고 자기합리화 시작하는 시험 2주 남은 대학생..
-
1등급 2등급 컷 어느정도일까요... 오르비식 말고
-
비율 어느정도임?
-
만성두드러기 2014년 가이드라인 2018년 가이드라인
-
슬럼프 탈출인가 4
오랜만에 순도높은 집중을 길게했네요 슬럼프도 하루 각잡고 공부하듯이 왜 슬럼프인가...
-
첫경험 1
n제 처음 푸는데 개념기출 제대로 했으면 문제가 다 풀려야하나요?ㅜㅜ 한 문제 한...
-
국어 -일클래스, 연필통 -취클래스 -체크메이트 완강 수학 -뉴런 수1,2완강...
아니 이상한게 왜 이런 수필씩은 우리대애들만자꾸쓰냐 교수때문인가 스랍때문인가알가다고모르겠다
ㅋㅋㅋㅋ 그냥 원래 혼자 글 찌끄리는 거 좋아합니다,, 읽어보시면 교수랑 스랖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걸 알 수 있음
저도 이런글혼자새벽에삘받아서끄적끄적해요 그리고 일어나서 삭제함
ㅋㅋㅋ8월 1일에 쓴 글인걸 보면 저는 저때 썼던 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요 이런 글이란게 무슨 글인진 모르겠지만 저한텐 기억에 남는 글임..
오홍 글쿤요 저는 2월에 생일임
오....얼마 안남으셛네오
그릏네요 히히 재밌게 보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