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엔터테이먼트화 (Feat. 설민석)
우리는 중도의 위치에 서서 어떤 세태를 관망하는 것을 고고한 가치로 보는 기류가 사회에 흐르고 있는 시대에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좌우의 힘겨루기에 우리는 피로가 누적되왔을 뿐더러, PC(Political Correctness)라는 대중 문화의 세태 속에서 환멸과 실증이 나버린게죠.
이에 개별 개체들은 어느 순간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 주인공 이명준과 같이 '중립국'이라는 신기루를 찾아 헤메입니다.
하지만 회색지대, '중립국'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제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이는 인문학에서도 엿보입니다. 근 몇년간 소위 '대중 인문학'이 선풍적인 인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알쓸신잡, 책 읽어드립니다, 도전 골든벨 등, 먹고는 살지만, 세상을 나아가기가 퍽퍽한지라 이와 같이 대중들이 인문학을 통해 위로 받을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문학, 특히 역사와 미학에서의 사조 속, 그 안에선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빛을 발광하고 있고, 이는 그 색이 한데 어우러져 다채로움을 이룰 때 가장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떤 사조라는건 보편적인 시대의 대중적인 경향성일 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인 것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엔터테이먼트화 과정에서 과연 어디까지 이를 용인해야할까?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설민석의 영상이 이따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추천될 때 그의 영상 클립을 보면, 아무리 제한된 시간 내에 책의 내용을 남녀노소 큰 거부감 없이 재밌게 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한다는 것이 힘들다지만 책을 정말 읽기는 하고서 설명을 대중에게 하는 것인지 의문 부호가 드는 순간이 많습니다.
가장 처음 봤던 영상인,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른 영상은 어느 정도 용인 되었으나, 책을 읽은게 맞는지 정말 큰 의혹이 들 정도였습니다. 가장 대중들이 오인하는 내용이며, 아이히만의 재판 당시 아렌트가, '유대인인 당신이 어떻게 나치 놈을 옹호하냐!' 면서 구데리안과 같은 시오니즘 유대인들에게 몰매를 맞았던 내용을 버젓이 설명합니다.
아렌트는 해당 책에서 아이히만의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히만이 그 행동을 한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악의 평범성'의 개념을 들며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 것에 있습니다 그녀가 남긴 구절이 있죠. 아이히만은 유죄다, 그가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촉발될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죄다. 하지만 동시에 책은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악이라면, 그 악이라는 성질은 우리 모두에게 내제된 평범성이라는데 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라 저는 해석했습니다. 설민석은 지나치게 아이히만이 죄가 없다는 무죄를 주장한 내용에 치우쳐 설명을 하는데, 이건 당시 시오니즘 유대인들이 아렌트를 공격하던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과연 얼마나 아렌트가 말하고자 한 바를 대중에게 전달했는지 의문입니다.
단순히 해석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정보의 전달에서도 잡음을 내는데, 설민석은 책을 읽고 정말 이에 대해 조사를 한건지 의구심이 들게합니다. 단순히 아이히만의 나치당을 먹고 살려고 가입했다 설명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아렌트의 책 초반에 조사한 아이히만의 유년기부터 재판에 오기까지의 행적을 추적해오죠. 여기까지 하고 맺어버린다면 아이히만이 안티-새미스트가 아닌 것처럼 비춰지지만, 그는 나치당 가입 이후 열성적으로 활동을합니다. 이는 책에도 어느 정도 언급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히만이 단순히 선량한 시민이 아니라는 점이 후대에 많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나, 아이히만은 안티-새미스트였으며, 일정 부분 자신의 사상을 숨기고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공무원인척 연기를 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설민석이 단순히 아이히만을 체제의 피해자라는 부분만을 강조한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에 대한 고충은 십분 이해하나, 설명이 시쳇말로 '후려치기'를 넘어 자신의 생각은 결여된채 그저 대중에 알려진 이야기와 낭설들을 짜집기하여 설명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1세기의 문명의 혜택 아래 이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아왔고 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학사 졸업도 못했고 전문가는 아닙니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고, 잘못된 지식도 많아 매일 알아가면서 교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감히 이렇게 대중의 앞에서 이런 스타 강사들을 지적해보는 것은,
그들의 소위 '후려치기'가 정도를 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제 저뿐만 아니라 관련 전공자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올라오는 역사 교육학 쪽의 논문이나 학술지 혹은 기사 인터뷰등을 보면 이에 대한 전공자들의 비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고등학교 역사 교육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북유럽 르네상스를 대조하며 비교하는 내용입니다. 교과서는 물론 EBS 연계교재, 그리고 수능 인강 강사들도 이와 같이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탐미적이고 귀족적인 색체를 띄고, 북유럽에서는 대중적이며 사실적인 경향을 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지나치게 비약적인 설명이라 생각합니다. 행간을 읽지 못한게죠. 한국 역사 교육은 아직도 이렇게 70-80년대 수준의 텍스트적인 설명에 머무른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인지 시험에서도 르네상스 파트에서 이 부분을 문제화 시켜서 다루지는 않고 있습니다.
설민석은 근데 딱 여기 수준에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내용을 대중에게 소개합니다. 그리스 헬레니즘이나 르네상스의 차이 그리고 이집트 문화에서 드러나는 대조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곰브리치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곰브리치는 궁극적으로 이 대조되는 지점에서 드러나는, 세대를 거듭하여 전달되는 '밈'인 모방, 이에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길어졌네요. 혹자는 제가 모순되는 주장을 한다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설민석은 자신의 색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디 옛날 서적이나 블로그 포스트에서 볼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이 멈춰있습니다. 근데 저처럼 모든 분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모른다면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됩니다. 이게 TV의 단점이죠. 아무튼 그냥 역사를 공부하시는 여러분들은 조금만 이런 점을 생각해보시고 후일에 역사를 취미로든 전공으로든 함께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고 있지만 쉬운게 아니긴하죠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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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식화도 나쁜 것만은 아니고 단순 지식 암기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서 연결 짓고, 비판적 사고를 해볼 기회가 있으면 참 좋을거 같습니다. 예를 들면 세계사 교육과정에서 성상숭배 금지령이 서유럽 세계와 동유럽 세계에 어떤 마찰을 빚고 이게 약 60여년 뒤 샤를 마뉴의 대관식으로 이어지며 동서교회의 분란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건인데, 이 둘 사이의 인과관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개별 사건인줄 알고 그냥 단순암기 합니다. 제가 원하는건 학문적으로 현학적인양 아양을 떨려는 것은 아니고, 직관적이면서도 생각할 여지를 함께 주는 그런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 지식은 소수 전문가들만의 소유물이었습니다 .
일반인들은 그 내용이 어려울 게 뻔하다며 발도 함부로 못 들이기 일쑤였지요 .
하지만 정보 기술이 방대한 발전을 이루면서 지식의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 시청각을 이용한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통해 전문 지식의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
다만 이는 과학의 경우입니다 .
아직까지도 인문학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과학만큼 활성화되어있지 않습니다 .
또한 많은 사람들이 난해한 어휘와 두꺼운 책 두께에 부담감을 느껴 잘 선호하지 않는 철학 서적의 경우에 , 그것을 잘 풀어놓은 유튜브 채널 또한 인기가 없습니다 .
따라서 우리는 , 이전에 과학의 대중화가 그랬듯 , 인문학도 '전문성'이라는 것을 좀 내려놓고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너네가 어렵게 생각하는 그거 , 사실은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야 . 잘 봐 내가 맛보기만 보여줄게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설명에서 다소 오류가 탐지되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지요 .
하지만 번역이 껄끄럽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인문서적 해석의 특성상 , 대중 프로그램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이 강사의 실수인지 단순 견해의 차이인지 명백하게 분간해내기도 참 어렵기는 합디다 .
++ 설민석 강사는 '색채'가 없이 블로그 포스팅 수준의 강연을 한다 ?
본인의 철학을 알리는 인문학 강연을 하는 거라면 자기 색채가 필요하겠지만 , 인문서적을 소개하는 데에 명쾌한 설명력과 흡인력만 있으면 되었지 무슨 색채가 더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 오히려 설민석 강사의 경우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라든지 설명 방식에서 그의 색채를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본인이 말씀하시는 '색채'라는 것의 의미는 뭔가요 ?
말하신 대로 명쾌한 설명과 흡인력으로 대중들에게 쉽게 인문학을 전파한다면 족하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전공이나 적성이 다르니까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더 믾기에 이런식으로 인문학의 높아보이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의 의의를 무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말을 하는 하고자 하는 바는 설민석 강사가 그 내용을 전달할 때, 정말 그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구심이 든다는 것입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설명에 가려진 그 이면에는 책을 읽어본 사람은 느낄 수 있는 ‘후려치기’가 존재한다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방송의 특성상 편집으로 인해 잘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의 제약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으나, 저런 식으로 책에 나오는 어떤 사실적인 부분도 작가와 이견을 달리할 때가 있으니 책을 읽은건지, 그냥 이미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수준을 후려치는건지 알기가 힘듭니다. 설민석 말고도 다른 대중 강의도 많고 생각보다 박물관이나 관공서에서 하는 이벤트도 많습니다. 그냥 대중 분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셨다면, 자신의 색체, 책에 대한 자신의 진정한 견해를 가진 이에게 배워보는거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전문성 있는 난해한 용어에서 벗어나 이렇게 많은 이들이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데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개별 개체가 모두 자신의 빛을 발광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정말 말하신 대로 번역의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원서로 보있습니다. 국내 번역본이 별로라길래, 번역본과 원서를 대조하며 읽었죠. 그런 번역에서 담아 내기 힘든 것들이 많이 존재하죠. 근데 제가 볼 때 설민석은 주관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몹시 아쉽고요.
결국 개인의 철학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 떠먹여주기식의 대중 매체나 엔터테인먼트에 의존하기보다는 각자가 인문학에 대해 '사소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씀은 지당합니다 .
다만 ,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해 그 '사소한 관심'을 가지게 되려면 역설적으로 설민석 강사의 그것과 같은 흡인력 있는 맛보기식의 인스턴트 강연이 필요하다 봅니다 .
말씀하셨듯이 후려치기가 있다는 건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 설민석 강사가 설령 책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한들 방송에 내보내면 엔터테인먼트적으로 흥미가 떨어지리라 판단해서 네이버에 검색하기만 해도 나오는 얕은 내용으로 승화하여 설명했을 수 있는 거고 , 여기에 추가로 설명을 했음에도 위와 같은 혹은 다른 연유로 방송사에서의 편집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는 노릇이지요 .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경우에 대해 '설민석은 비전문가다'라며 비판하기만 하는 것 보다는 '방송 자체가 전문 방송이 아니니 인문학 엔터테인먼트 정도로 이해하고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
이 방송을 보고 관심이 생긴 시청자는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을 테지요 .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작가의 생각을 비교하며 사유를 꾸려나갈 것입니다 . 이는 바람직한 과정입니다 .
하지만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얕은 내용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본인이 잘못 더 과장해석하며 지식을 습득하는 사람의 경우 , 이런 사람들이 바로 넓고 얕은 지식이 가져다주는 근자감에 함락된 헛똑똑이들이므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은 더이상 큰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
역시 소위 ‘인스턴트’로 봐야할까요. 그 의의나 파급력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 케네디 스코어나 펠레 스코어 혹은 세계 3대~ 이런 식의 낭설들이 우후죽순 퍼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 다름입니다. 저 또한 제가 관심이 없는 분야에서 그럴 수 있는 여지가 많듯이 모든 분이 저와 같은 사람처럼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게 단순 인스턴트로 끝나고 이런 내용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파급력을 행하는게 무섭습니다. 가짜뉴스 수준은 아니겠지만서도... 역시 말씀하신 대로 엔터테이먼트라는 점은 감안해야하는 것이겠지만 최소한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의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 없지만 님의 댓글을 보고나니 이에 있어서는 설민석 개인의 문제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민석 강사는 그게 생업이니만큼 신경을 많이 기울였으면... 안 그래도 태건에듀나 방송국에 메일을 정중하게 올리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