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사수생의 의대 합격수기 episode 05 -삼수
삼수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
라는 명언은 이런 말이 첨가되어야 할 듯싶다.
‘그것을 견디어 낸 사람에게만’
세상에는 시련을 견디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짊어진 짐을 이기지 못해 포기하거나 망가지거나 자살한 이들...
경제적 이유이거나 개인적 자존심, 무거운 책임감등 무수한 좌절요소가 그들을 엄습한다.
매체의 발달로 이러한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시절 나도 그랬다. 나도 인간인데 힘들 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었다.
누군가 현재 내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난 주저없이 21살 삼수시절을 말할 것이다.
이 시기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힘들었기에.... 그래서 동기들 중 삼수이상에게 정이 조금씩은 더 가나보다. 힘든시기를 딛고 올라온 그들이 대견스럽기에
잡설이 길었고, 시계를 08년 2월로 돌려보겠다.
그렇게 한 시즌이 끝나가고 있었다.
같은 한 교실에서 공부하던 친구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새 대학으로 입학했다.
원광대 대기 3번을 남기고 더 이상 빠지지 않는 상황에 많이 아쉬움이 남았다.
내 성격상 이 때 합격했으면 더 이상의 수능은 없었으리라.
반창회를 나간 나는 1년동안 같이 지낸 친구들이 다들 잘되어서 매우 기뻤지만 떳떳하지 못한 내 자신에겐 창피함이 앞서 있었다.
서울대 의대 3명 법대 1명
연세대 의대 3명 치대 1명
가톨릭의대 2명
고려대의대 1명
한양대 의대 2명
중앙대 의대 1명 등을 포함해 의치한 30명가량의 결과물은(중복x)
학교가 아닌 자연1반의 입시결과였다.
단일 반으로는 강대 역사상 가장 좋은 결과를 낸 이 해에 내 이름은 없었다. 486점으로 수리가 2등급이 나온 녀석과 몇몇 애들이 다시 강대로 찾아 왔지만 우린 그저 삼수생일 뿐이었다.
07년도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대거 전환으로 2천명이 넘던 의과대학 정원은
1300~1400명으로 줄었고(이 시기는 인서울의대가 절반가량 줄었다.)
08년도 입시는 등급제와 수리난이도의 기현상으로 2년간의 입시는 대혼란을 겪었다.
시험은 무조건 쉬우면 장땡이라는 교육부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끝을 모르고 오르는 집값을 잡지 못해서인지,
사다리 걷어차기의 일환인 의전, 로스쿨의 영향인지
10년간의 진보정권은 대선에서 정권교체로 막을 내렸다.
정치가 바뀌면 교육도 확연하게 바뀌는 우리나라는 시험 난이도가 대폭 상승될 것 이라는
예측이 뉴스에 등장하면서 새로운 입시풍토에 많은 수험생들은 긴장했다.
휴식을 취하고 싶던 난 어영부영 2월을 보냈다.
대성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실패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작년 담임 선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위로는커녕(바라지도 않았다.) 알아서 하라는 식 따뜻한 관심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냉소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역겨움 그 자체였다.
서울 법대에 간 도국이(가명) 형은 더럽고 치사해도 주간반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다시 1년을 주간반 똑같은 담임의 얼굴을 보는 일은 하기 싫었다.
나는 5월까지 그냥 자습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집 근처 독서실을 등록하고 혼자서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인강을 듣고 엄마와 대화를 나누면서 점심을 먹고
독서실에 가 쭉 8시간을 공부하는 일정은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독학이 가장 힘든점인 고독감은
고등학교와 재수 시절 친구와 어울리며 공부한 나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다.
어렸을 시기였을까? 나는 그렇게 외로움을 많이 탔다.
거리의 커플들이 같이 걷는 것이 부러웠고,
먼저 대학 간 친구들도 하나하나 자리를 잡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도 부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대학에 떨어졌고 그들은 붙은 자들이었다.
이 시기부터 싸이월드를 시작했는데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싸이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참 고마운 점은 이때 도국이 형이 자주 찾아와 주었다는 점.
재수 때 같은 반에서 공부한 삼수형 이었는데
교차지원으로 법대를 간 이 형은 삼수하는 내가 불쌍했는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밥 사주러 서현역까지 와주는 가하면 무엇보다 사람이 그리웠던 나에게 말벗이 되어주었다.
이게 필요할 거라며 꺼내준 ㅅㄹ이라는 담배로 난 2년 가까이 담배를 피게된다.
*
*
*
*
독학이 고달팠던 나는 학원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자꾸 말을 바꾸는 아들에 모습에 짜증이 나셨던지 어머니는 역정을 내셨다. 며칠간 말싸움과 의논 끝에 다른학원이 아닌 다시 강대 주말반을 가게 되었다.
주말반 s1반에 들어가게 되자마자 미친 수업시간에 첫 주가 죽을 것 같았다.
토요일 일요일 각각 10교시에 매너없는 과탐 시간표는 대략이랬다.
*토 언수수수외외언언수수
*일 언언외수외수물화생화2
이러니 숨이나 쉬었겟는가?
토요일은 정신력으로 버틸만 했지만
일요일 아침부터 난 어김없이 레스B 커피 캔 2캔과 던hill 서리 한 갑을 가지고 수업에 임했다. 카페인과 니코틴의 힘으로 잠을 이겨내고 10교시 수업을 집중력 있게 모두 듣고 집에 돌아오면 긴장이 풀어진 탓이 바로 골아 떨어졌다.
다시 열심히 공부한 덕분일까
야간반 개강전 모의고사에서 믿지못할 성적을 거두었다. 왜 믿지 못했냐면 수과로 먹고사는 내가 언외를 만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학 92점으로 전 영역 1등급에 주말반 1등을 차지했다. 빌보드 34등
숫자들 사이에 있는 s1은 눈에 띄었다.
기분 좋은 소식은 같이 삼수를 한 고등 동창 K군이 이번 시험 1등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같이 강대를 다닐 무렵부터 모의고사가 끝나고 곧잘 분당선을 타고 집에 오면서 토론을 하곤 했다.
야간반에 가지말라는 유성용샘의 만류에도 나는 야간반으로 옮기기로 한다. 너무 힘든 주말반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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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반 개강 이후 과천외고 교대재수라인을 타는 삼수팸이 어느정도 만들어졌다.
문과인 M군과 이과인 K군 C군은 강대와 서메에 다녀서 곧잘 친해졌다.
비상시 멤버 2명과 함께 교대 잔디구장에서 풋살을 하곤했다. 보통 모의고사 주간에 축구를 했는데 미친 듯이 뛰고 파김치가 되어 마시는 게또라이는 재수생활의 낙이었다.
같은 고생을 하는 녀석들은 내 인생의 동반자들이었다.
재수반에서는 내가 마당발 이어서 모르는 애들이 없었지만 야간반에서는 난 말 그대로 박지성이었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어여쁜 여자래도 있었지만, 한 눈 팔 시기가 전혀 아니었기에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했다. M1 반에 배정되었던 나는 의대합격생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열정을 불태워 공부했다.
6월평가원 시험에서 결과는 반2등 아마 내가 6년간 치룬 시험중에서 가장 잘 본 시험이 아닐까 한다. 총점 463점에 수리가 88점 이었는데 정권교체 때문일까 1컷이 70점대 초반의 극악 난이도였다. 시간 내에 풀기도 어려웠던 이 시험은 수리 시험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시험이 아니었을까 한다.(계산이 ㅡㅡ‘’‘’‘) 빌보드 첫줄에 처음 든 나는 대성 배치표 서울대 의과대학에 위치한 점수에 있었다.(물론 웃어넘겼지만) 이 때 점수로 심심해서 에피옵티무스에 등록했다. Hideo는 내가 좋아하는 H2라는 만화의 주인공이다. 전국에 의대합격생들이 나보다 점수가 저조하자, 작년에 못 들어 간 것이 속상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다. 또 이때부터 생긴 나태함은 9월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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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자습도 열심히 하지 않고 블랙칸(요즘가보니 없어졌더라)에서 위닝만 주구장창한 나머지 9월 평가원에서 다시 저조한 점수가 나왔다. 수리가는 1등급이었지만 또다시 언외 2등급 과탐은 현역과 재수때와 마찬가지로 2 1 1 2가 찍혀나왔다. (자꾸 등급만 얘기하는 것은 08입시의 후유증으로 수험생들은 등급만 따지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정신이 번쩍들자 나는 남은 기간 과목별로 이렇게 대처했다.
언어는 이규환 선생님 책과 수능기출로 마무리를 다졌다. 간간히 김동욱 선생님의 어법과함께
수리는 평가원 반복, 학원교재의 풀이
외국어에서 매우 어리석은 짓을 하고 말았다.
성문 종합영어의 학습으로 여태 받아보지고 못한 100점을 몇 번 받아왔지만 7월 창원 자습실에서 책을 도난 당한뒤 재구입을 하지 않고 EBS를 공부했다. EBS가 출제된다는 생각에 난 남은기간을 해석본을 달달읽었다!!! (심지어 영어공부는 안하고!!)
결론은 망ㅋ
이 이야기는 종종 삼수팸 술자리에서 회자되곤 한다.
과학은 화1 생1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진 나머지(2등급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1 화2만 공부하고 말았다.
결과가 참 아이러니 하니 지켜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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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수능시험은 용인시에서 보기로 했다.
수능을 보러 안양까지 가기가 참 힘들었고, 모교 찾아가서 ㅋㅋㅋ 선생님 저 삼수합니다 ㅋㅋㅋ 라고 말하기도 참 쪽팔려서 교육청에서 신청을 했다.
재수 때와는 달리 삼수부터는 고등학교 선생님께 연락을 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난 이때 교육청이 내가 사는 수지구에서 이렇게 먼지 처음 알았다. (개인적으로 용인시는 두 개로 나눠야한다. 너무 넓다....)
09수능이 다가오고 있었다. 종강을 하고 시험 잘 보란 문자를 받아가며 내 싸이 다이어리는 ‘내 마지막 수능 D-x'말이 쓰여져 있었다.
영어듣기를 한답시고 미드 HOUSE를 시청하면서 긴장감이라곤 하나없는 내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걱정 많이 했다고 한다.
항상 이랬다. 난 마무리가 부족한, 그래서 남들 걱정만 끼치고 내가 얻을 열매를 얻지 못하는 몹쓸놈이었다.
자신에게 한 점 부끄럼 없는 모습을 보여야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21살의 한심한 놈은 모르고 있었다.
****
수능날 용인 죽전고에 도착하고 교실에 들어서자 천장의 모양이 요상했다.
꼭대기 층에 있어 대각선 모양의 천장은 수능날 보기에 굉장히 아스트랄 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별 일 있겠냐 만은 마묘한 방송 울림에 적잖이 당황했다.
무사히 별탈없이(?) 언어패스
사실언어는 내가 난이도를 가지고 뭐라 할 과목이 아니다...
수리***
자신은 있지만 항상 떨리는 과목 올해의 승부처는 이 곳이라 생각했기에 긴장감은 더 했다.
예상대로 어려운 난이도에 시간에 맞춰 간신히 풀었다.
외국어......하아............
이 과목만 생각하면 내가 외고 졸업생이 맞나 싶다.
시간내에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뜬 구름으로 풀어제꼈다.
과탐.....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자리인 것을
마지막 과목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빠른 시간내에 풀고 말았다. 과탐에 대한 내 기본원칙도 망각한체....
기본원칙은 나중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수능을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모든 시험이 끝나고 기다리는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길다..... 그래도 내 마지막 시험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었다.. 미묘한 감정과 함께
집에와서 메가에서 채점을 했다.
언어 2등급.... 올해 그래도 잘해서 기대했건만......
수리 1등급 97% 변별력에서 우위를 정하지 못했다.
외국어
*
*
*
3등급 아....................
과학탐구마저 1 2 3 2 ............기막힐 노릇이었다.
1년간 다시 공부한 것이 점수상승은커녕 하락의 물거품이었단 말인가?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눈물도 나지 않고 아무 말없이 앉아서 몇 시간동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연락이 오는 핸드폰에 손을 가져갈 생각도, 퇴근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결과에 쿨하신 아버지도 적잖이 충격이셨나 보다. 아무 말없이 방에 들어가셨다.
********************
몇시간이 흘렀을까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괴로웠다.
가슴이 계속 조여오며 견디기 힘들다.
부엌에서 엄마는 울고 있는데 나갈 용기가 없다. 결국엔 내 잘못 이기에....
이번 수능이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침대에서도 잠을 자지 못하는 걸보면 수능 시험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지 못한거 같았다.
난 더 이상 수능을 치를 생각이 없었다.
군대 문제도 있기에 원서쓰기는 생각하기 너무 골치 아픈 문제였다.
다음날 도국이 형과 K군만 연락했다.
도국이 형은 그래도 틈새시장 찾아서 원서질을 해보자는 말을 했고, K군의 소식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잘했던 이 녀석도 지가 김태희도 아니고 하필 수능 때 V라인을 그렸다. 또다시 원점수 460점대에 수리가 3등급이 나온, 그래서 의대쓰기 곤란하게 된 성적이라 우리는 무척 침울했다.
이과인 C군도 잘 보지 못해서 삼수팸중 잘본 건 문과 M군 뿐이었다.
M군은 그 해 아쉽게 서울대 2차에서 탈락했지만 고려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그의 1년간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박수를 쳐 주었다. 참 멋진 친구다.
이제 의전도 염두할 수밖에 없게된 나는 연대 자연과학부와 성균관대 자연과학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성대를 쓰게 되었는데 이유는 가,나군 분할 모집이어서 가군 의대원서질을 할 수 있어서 였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군에 서남대 의대에 지원했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었다. 면접에서 약리학 교수님에게 태도, 복장이 불량하다는 소리로 적당히 발린 뒤(정말 난 단정했다.) 난 대기 10번을 받고 2명밖에 안빠져 광탈했다. 다군 순천향대 의대도 그냥 광ㅋ탈ㅋ
결국 나군 성균관대에 합격을 해 입학을 하게 되고 이 곳에서 정말 내 마지막 수험 생활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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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있습니다 ^^ 후속편 기대할께요 ㅎㅎㅎ
잘 읽고 있습니다 ^^ 후속편 기대할께요 ㅎㅎㅎ
의대가기가 정말 힘들군요...ㅠㅠ
잘읽고있어요~
뭐라..할말이......
의대는 괴물이 들어간다는 말이 맞나보군요 -ㅁ-흐아아
이건 궁금해서 그런건데... 역겹다던 담임 선생님이 혹시 외국어 영역선생님이신가요??
아.......... 전 재수생인데 많은걸 느끼고 있네요 ㅠㅠ
아 영화 보는것 같다... 주옥같당..